1. 경찰청과 부천FC1995의 경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꼭 보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제가 정작 하부리그의 팀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염기훈 선수와 김두현 선수의 경기를 꼭 보러 가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요. 하지만 저는 너무 안일했습니다. 효창에 처음 가는 것이었는데도 무얼 믿고 그렇게 천하태평이었던 걸까요. 처음 집에서 출발하는 것도 조금 늦었지만, 중간에 지갑을 놓고온다던가 길을 잘못 들었다던가의 뻘짓-_-;;;이 겹쳐지면서 결국 전반전을 거의 날리고 말았습니다. 이왕 늦은 거 한시간 뒤에 열리고 같은 6호선에 있는 서울-대전의 경기를 보러 상암으로 도망갈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진짜 보고 싶었던 경기는 FA컵이었기 때문에.
2. 효창운동장의 첫 이미지는 그야말로 매우 매우 낡았다는 것입니다. 대충 연식이 한 50년 정도는 충분히 된 것 같은. 출입구도 하나밖에 없었고요. 저는 출입구가 하나뿐인줄도 모르고 한 바퀴를 빙 돌았습니다.-_-;;;; 아 이 어리버리...
3.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경기는 김재환 선수의 골로 경찰청이 1-0으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으로 빨간 겉옷을 입은 한 남자가 지나갑니다. 어 저 사람 박종진 선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랬습니다. 뒤에는 염기훈 선수 가족분들도 오셨더군요. 말도 걸고 싸인도 받고 싶었는데. 그래서 계속 힐끔 힐끔 했는데! 망할 낯가림 때문에 결국 말도 못 걸어봤습니다. 으흐흐흑
4. 경기는 K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대거 속한 경찰청이 계속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김두현, 염기훈, 배기종, 김영후, 김영우, 양동현 등 K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경찰청을 상대로 부천은 후반전 내내 이렇다할 슈팅도 날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찰청은 중원에서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스루패스를 지속적으로 넣어주며 부천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에이스의 10번을 받은 염기훈 선수 역시 양 측면을 번갈아 오가면서 가운데로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려주거나 패스를 넣어주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리킥을 전담해 한번은 골대를 맞추기도 했고, 1대1 찬스에서 키퍼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중간에 헤딩 어시스트를 해내죠. 18번 선수가 부산의 양동현 선수 맞죠? 골까지 기록하며 매우 좋은 움직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결국 후반에 세 골을 추가한 경찰청이 4-0으로 부천FC를 완벽히 제압하고 FA컵 2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경기 막판 부천의 서포터들은 간절한 목소리로 한 골을 요구했지만, 끝내 한 골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5. 일방적인 경기였지만 역시 직관이라 재밌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수준 있습니다. 늦게 도착한다는 생각에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 오길 잘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직관으로 보는 경기는 하부리그의 경기라도 티비로 보는 바르샤 경기 정도만큼은 충분히 재밌습니다. 거짓말 같다고요? 직접 한번 가 보십시오. 알게 될 것입니다.
6.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 과거 일당백의 포스를 자랑하던 그들을 오늘 05시즌 이래 정말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부천의 응원가를 다시 들었습니다. 경기장이 작아서 그랬던지 그들의 함성은 온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세월이 꽤 지났지만 헤르메스는 여전히 일당백이었습니다. 그들의 여전함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의 드립 : 헤르메스, "경찰이 사람을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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