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1. 경찰청과 부천FC1995의 경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꼭 보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제가 정작 하부리그의 팀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염기훈 선수와 김두현 선수의 경기를 꼭 보러 가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요. 하지만 저는 너무 안일했습니다. 효창에 처음 가는 것이었는데도 무얼 믿고 그렇게 천하태평이었던 걸까요. 처음 집에서 출발하는 것도 조금 늦었지만, 중간에 지갑을 놓고온다던가 길을 잘못 들었다던가의 뻘짓-_-;;;이 겹쳐지면서 결국 전반전을 거의 날리고 말았습니다. 이왕 늦은 거 한시간 뒤에 열리고 같은 6호선에 있는 서울-대전의 경기를 보러 상암으로 도망갈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진짜 보고 싶었던 경기는 FA컵이었기 때문에.

2.
효창운동장의 첫 이미지는 그야말로 매우 매우 낡았다는 것입니다. 대충 연식이 한 50년 정도는 충분히 된 것 같은. 출입구도 하나밖에 없었고요. 저는 출입구가 하나뿐인줄도 모르고 한 바퀴를 빙 돌았습니다.-_-;;;; 아 이 어리버리...

3.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경기는 김재환 선수의 골로 경찰청이 1-0으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으로 빨간 겉옷을 입은 한 남자가 지나갑니다. 어 저 사람 박종진 선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랬습니다. 뒤에는 염기훈 선수 가족분들도 오셨더군요. 말도 걸고 싸인도 받고 싶었는데. 그래서 계속 힐끔 힐끔 했는데! 망할 낯가림 때문에 결국 말도 못 걸어봤습니다. 으흐흐흑

4.
경기는 K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대거 속한 경찰청이 계속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김두현, 염기훈, 배기종, 김영후, 김영우, 양동현 등 K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경찰청을 상대로 부천은 후반전 내내 이렇다할 슈팅도 날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찰청은 중원에서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스루패스를 지속적으로 넣어주며 부천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에이스의 10번을 받은 염기훈 선수 역시 양 측면을 번갈아 오가면서 가운데로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려주거나 패스를 넣어주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리킥을 전담해 한번은 골대를 맞추기도 했고, 1대1 찬스에서 키퍼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중간에 헤딩 어시스트를 해내죠. 18번 선수가 부산의 양동현 선수 맞죠? 골까지 기록하며 매우 좋은 움직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결국 후반에 세 골을 추가한 경찰청이 4-0으로 부천FC를 완벽히 제압하고 FA컵 2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경기 막판 부천의 서포터들은 간절한 목소리로 한 골을 요구했지만, 끝내 한 골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5.
일방적인 경기였지만 역시 직관이라 재밌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수준 있습니다. 늦게 도착한다는 생각에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 오길 잘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직관으로 보는 경기는 하부리그의 경기라도 티비로 보는 바르샤 경기 정도만큼은 충분히 재밌습니다. 거짓말 같다고요? 직접 한번 가 보십시오. 알게 될 것입니다.

6.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 과거 일당백의 포스를 자랑하던 그들을 오늘 05시즌 이래 정말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부천의 응원가를 다시 들었습니다. 경기장이 작아서 그랬던지 그들의 함성은 온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세월이 꽤 지났지만 헤르메스는 여전히 일당백이었습니다. 그들의 여전함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의 드립 : 헤르메스, "경찰이 사람을 치네!"

Posted by ★푸른별★

오늘 전북의 아챔 경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밖에서 모임을 갖던 중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TV 뉴스의 단신에서 전북이 광저우에 1-5로 대패했다는 한 줄이 지나가더군요. 승패야 병가지상사라지만 워낙 큰 점수차로 졌기에 집에 오자마자 바로 17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요즘 슬럼프라 간단한 글 쓰는 것조차도 부담스럽습니다만, 힘내서 간단한 느낌을 남겨 봅니다.

1. 전북의 홈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원정 온 광저우 서포터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전주성 원정석 1층을 가득 채웠습니다. 홈팀 서포터들보다 더 많았으니 말 다했지요. 영상으로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정을 올 수 있었을까요.

2. 전북은
------------이동국------------
서상민------김정우------에닝요
--------김상식--진경선--------
박원재--조성환--임유환--최철순
------------김민식------------

의 진용으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대강의 경기를 보았을 때 이 진용이 맞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전북의 불운이 뼈아팠습니다. 전북의 첫 실점 상황은 핵심 수비수 조성환이 부상으로 실려나간 후 곧바로 발생했습니다. 채 정비되지 않은 수비진으로 감각적인 패스가 연결되면서 실점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에닝요가 오른쪽 측면을 유린해 들어간 뒤 슈팅을 살짝 밀어 넣었습니다만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가고, 곧이어 문전에서 1대1 상황에서 날린 슛이 골대를 강타하는 아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만약 이 때 골을 넣었다면 경기의 양상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곧이어 다리오 콘카의 감각적인 프리킥으로 전북은 한번의 실점을 더 허용, 0-2로 전반을 마치게 됩니다. 솔직히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콘카의 완벽한 킥력으로 만들어진 골이었습니다.

4. 후반에도 전북은 연이어 아쉬운 상황을 겪게 됩니다. 스루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일대일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켰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고 만 것입니다. 광저우 수비라인이 완벽히 무너진 상황이라 조금만 더 라인을 맞춰 들어갔더라도 완벽한 골이 되었겠습니다만, 그저 아쉬울 뿐이지요. 이 때 골을 성공해더라면 1-2로 추격해 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겠지만, 곧 세번째 골을 내주며 무너지게 됩니다. 페널티 에어리어로 패스가 들어올 때 수비수 모두 패스를 넣어주는 선수에 집중하다 프리하게 내버려져 있던 클레오에게 실점하고 맙니다. 이 때 클레오를 막아야 하는 선수는 임유환 선수였습니다. 실수지만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곧이어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정성훈이 라보나킥으로 만회골을 터뜨리지만, 이미 따라가기에는 늦어 있었습니다. 다리오 콘카의 중거리슛, 원투패스 이후 주력으로 최철순의 뒤로 파고든 무리끼에게 실점하며 1-5로 패배를 당하고 맙니다.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에게는 첫 패배이자, 완패였습니다.

5. 양 팀의 차이는 전북이 네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고, 광저우가 득점찬스를 다수 성공시킬 때 갈라졌다고 하겠습니다. 광저우가 수백억을 들이부어 영입한 콘카, 클레오, 무리키 세 사람은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흡사 작년 알 사드의 벨하지, 케이타, 니앙을 보는 느낌이었달까요. 다섯 골의 실점 중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진 골이 세 골, 수비 실수 한 골, 상대의 감각적인 패스에 내준 골이 하나였음을 감안하면, 이 세 선수가 광저우에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저우 공격수들이 자유롭게 공격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북 수비수들이 타이트하게 상대를 압박하지 못해 필요한 공간을 상대에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기세에 밀렸던 것일까요. 평소 보이지 않던 모습이라 아쉬울 뿐입니다.

6. 결국 경기는 완패로 끝났습니다만, 사실 양 팀의 경기력이 골차만큼 압도적이 차이가 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다행입니다. 강팀은 건드리면 다음 경기에는 반응하게 마련입니다. 이흥실 감독대행이 그간 발을 함께 맞추지 않았던 김정우 선수와 서상민 선수를 오늘 처음 투입해 보았던 데에는 어쩌면 광저우를 조금은 얕보았던 마음도 있었던 것 아닐까요? 오늘의 패배가 차후 전북의 자만을 걷어내고 더욱 심기일전하여 싸워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장 다음 경기부터 전북이 어떻게 충격을 극복할지가 포인트가 되겠네요. 크게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계속 지켜 보겠습니다.


Posted by ★푸른별★

예. 안녕하세요. 푸른별입니다.
경기를 봤으니 리뷰를 쓰긴 써야 할 텐데요. 진짜 쓰기 싫네요. 아, 요새 한국축구 진짜 왜 이렇게 안 풀린답니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가기 위한 아시아 지역 3차예선에서의 중동 원정 2연전이었습니다. 이 3차 예선을 통과해야 월드컵에 나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최종 예선에 올라가게 되지요.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1-2로 패했습니다. 선발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이근호---------
이승기----서정진----손흥민
------구자철--홍정호------
이용래-이정수-곽태휘-차두리
----------정성룡----------


주장 박주영 선수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기에 이근호가 대신 출전해 제로톱 전술(스트라이커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공격진이 유기적으로 중앙으로 들어가고 측면으로 빠지고 2선에서 침투하는 등 융통성을 갖는 공격전술)을 준비했습니다. 교체선수는 손흥민-지동원(하프타임), 서정진-남태희(후반8분), 홍정호-윤빛가람(후반26분)의 순서로 교체되었습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한국은 4분만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허용했습니다. 레바논의 기발한 세트피스에 운도 좀 따라줬죠.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낮게 깔아준 것을 슈팅, 수비수 맞고 튕겨나온 공을 다시 슈팅해서 골로 연결지었습니다. 시작부터 레바논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한국팀을 한번 이겨보겠다는 열의도 대단했습니다. 레바논의 국가원수가 경기장에 나타났을 정도였고, 경기장도 꽉 채웠습니다. 이때쯤부터 레바논이 생각보다 훨씬 경기력이 좋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도 엄청 좋진 않아도 그렇게 엄청 나쁘지도 않았고, 첫 실점은 아마도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손흥민이 헤딩으로 이어준 공을 이근호가 차 넣었는데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무산되기도 했었지요. 나중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아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는 또 넣으려니 했죠.

곧이어 한국은 공격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구자철이 쉽게 차 넣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곧 한국이 경기를 장악하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구자철이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상대 공격수름 밀어 페널티킥을 내줍니다. 그리고 다시 골. 구자철의 반칙은 매우 쓸데없는 상황이었고, 게다가 넘어지는 순간 PK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명백한 반칙이었습니다. 망할. 페널티킥 차 넣은 레바논 선수는 거의 경기장을 한바퀴 돌면서 세레머니를 하더군요. 그렇게 1-2로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구자철이나, 서정진이나, 손흥민, 홍정호 등 답답한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며 손흥민을 빼고 지동원을 투입하는 등 한국은 전열을 재정비합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경기는 진짜 막장으로 흘러갑니다. 기본적인 패스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상대 공격수가 뒷공간으로 돌아들어가는데 수비수 아무도 똑바로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누구의 몸에도 맞지 않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마지막에는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까지 최전방으로 올리며 골을 노렸지만 끝내 제대로 된 슈팅조차 날리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2-3회 유효슈팅을 기록한 데 비해 레바논은 6-7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이 밀어붙였지만 형편없이 공격권을 내주었고, 오히려 레바논의 짜임새 있는 공격에 한국이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야말로 개판이었습니다. 한국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습니다. 이제껏 실컷 욕먹던 이근호가 그나마 잘 뛰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경기 후 한국을 이겼다고 우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을 이겼다고 좋아서 경기장에 난입해서 선수에게 키스를 하는 관중도 있었지요. 경기가 끝나는 순간 레바논 선수들은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다들 뛰어나와 미친듯이 좋아했습니다. 한국은 레바논을 쉽고 만만한 상대로 보았던 반면, 레바논은 한국을 상대로 필사적이었습니다.

레바논이 침대축구를 해서 진 것도 아니고 운이 없어서 진 것도 아니고, 그냥 한국이 못해서 진 경기였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박주영이 없어서 골을 넣지 못했고 기성용이 없어서 패스가 원활하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잔디가 엉망이어서 공이 아무렇게나 튀었던 걸까요? 레바논 관중들이 레이저를 쏘아서? 홍정호나 이용래 등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다가 지나치게 실험적인 포지션 파괴를 실시해서? K리그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을 선발하지 않고 해외리그에서 벤치를 달구는 선수들이나 선발해서? 아니면 그냥 감독의 전술이 형편없어서? 아니면 선수들이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지금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나도 아닐 수도 있고 모두 다 이유일 수도 있죠. 하지만 뭐랄까. 조광래 감독은 한일전 패배 이후 진짜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실망감을 안겨 주네요. 기숙사에서 축구 좋아하는 룸메 형과 둘이서 90분동안 욕만 하면서 경기를 봤습니다. 도저히 옹호해 줄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었습니다. 해설자조차 후반전 시작하고 나서는 줄창 선수들을 비판했습니다. 90분동안 줄창 욕만 하니까 뒤에서 놀고 있던 축구에 관심 없는 또다른 룸메 동생이 뒤에서 들여다보다가 같이 욕하더군요. 축구에 미친지 10시즌 째지만 진짜 베스트에 꼽힐 정도로 최악의 경기였습니다. 그 옛날 오만 쇼크에 비견될 정도로 말이지요. 이 실력으로는 K리그에서는 대강 강등권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에휴. 글을 마무리해야겠네요. 선수들과 코칭스탭들을 별로 격려해 주고 싶진 않구요. 이 경기를 끝까지 끄지 않고 본 제가 격려를 들어야 할 것 같네요. 진심 최악의 경기였습니다.


ps. 조광래 감독 인터뷰 나왔네요. "주전과 비주전 격차가 크다"라니... 아니 감독님... K리그 최고의 선수들 뽑지도 않고 외국에서 버벅대고 있는 선수들 잔뜩 뽑아서 출전시켜놓고 그렇게 얘기해도 별로 설득력이 없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 직접 입맛대로 선발한 대표팀에서 주전, 비주전 격차가 그렇게 크면 어쩌자는 건가요...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 홈경기 비기거나 이겨야 최종예선 진출입니다. 져서 탈락할까봐 무섭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3차예선에서 경우의 수 따지는 나라가 된 건가요... 생각이 있으시면 자진사퇴함을 추천하나 그럴 생각 전혀 없으실 것 같아서 더 무섭습니다.

Posted by ★푸른별★

(BGM 있습니다. 수동재생이에요. 슈퍼키드-내사랑 K리그)

안녕하세요. 푸른별입니다.
이 리뷰를 쓰려고 앉아 있으니 마음이 무겁네요. 무겁지만 힘내서 써 가려고 합니다.

오늘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북vs알사드 경기가 열렸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알사드는 8강에서부터 비열한 플레이와 밀어주기로 결승까지 올라온 팀이었기 때문에, 전북이 알사드를 때려잡고 세상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모두가 바랬으나, 세상에 신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정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침대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알사드 타히르. 수원전.


경기 전부터 이미 열기는 뜨거웠고, 4만 3천명을 수용하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예매표만 3만 500여장에 이르렀습니다. 전북의 경우에는 핵심 수비수 조성환과 공격수 로브렉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고, 전북을 결승에 진출시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아챔 득점 1위 이동국이 부상 여파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동국 대신에는 장신 공격수 정성훈이 선발 출전했지요. 2006년부터 아챔은 동아시아 팀들의 독무대였기에(한국 3회 우승, 일본 2회 우승) 중동 팀의 승리를 대놓고 밀어준 AFC. 이번에 수원-알사드 경기 패싸움의 징계조차 공정하지 내리지 못했습니다. 알사드는 케이타, 니앙 등 4강전에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이 전원 이상없이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이번에 전북이 우승한다면 09년 포항, 10년 성남에 이어 K리그 팀의 3회 연속 우승이었고, 모든 K리그 팬들이 한마음으로 전북을 응원했습니다. 축구 같지도 않은 축구를 보여주는 악의 축 알사드가 망하기를 바라면서요.


다음은 전북의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정성훈------------
서정진------루이스------에닝요
---------김상식--정훈---------
박원재--손승준--심우연--최철순
------------김민식------------


알사드의 베스트 일레븐은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그런 쓰레기들 이름 일일이 알아 뭐한답니까.

경기는 시작부터 전북의 일방적 공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알사드는 거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만을 가지고 나온 듯 경기 내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서정진-에닝요-루이스로 이어지는 빠른 원터치의 공격전술로 전북은 경기 내내 알사드를 밀어붙였습니다. 알사드는 버티다가 간간히 공을 잡으면 역습에 나서는 형국이었구요. 선제골도 매우 빠르게 터졌습니다. 전반 19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가까이에서 얻은 프리킥을 에닝요가 그대로 파포스트로 차 넣었습니다. 알사드 골키퍼는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좋은 킥이었지요. 선제골 이후에 전북은 완전히 경기를 장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몇번이나 알사드의 거친 플레이로 PK를 얻을 뻔했으나 심판의 재량으로 넘어간 부분은, 이후를 생각하면 매우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이 때만 해도 그냥 전북이 낙승하는 줄 알았으니 말입니다.

 

전북의 공격사령관으로 활약한 에닝요.


아무튼 전북은 빠르고 화려하면서도 효율적인 플레이로 알사드를 요리하고 있었습니다. 유려한 드리블로 한두명 제끼다가도 알사드가 공을 커트하면 뒤에 대기하고 있던 선수가 다시 공을 받아 공격을 전개하고, 원터치 플레이에 빠른 돌파로 경기를 지배해 나갔습니다. 루이스와 에닝요의 돌파와 패스는 메시가 전북에 임대 온 듯했고, 정훈 역시 최선을 다해 중원을 장악했습니다. 측면에서는 박원재와 최철순이 투지 넘치는 돌파로 계속 찬스를 만들어 나갔고, 롱패스를 올리면 190센티미터의 장신 공격수 정성훈이 공을 떨궈주었습니다. 알사드가 간간히 역습에 나섰지만 돈으로 끌어모은 팀 답게 개개인의 돌파나 개인기는 훌륭했으나 패스워크는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전북은 전반 29분 불의의 실점을 하고 맙니다. 케이타가 올린 크로스를 심우연이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골문으로 빨려들어가고 만 것입니다. 김민식 골키퍼가 손을 뻗었으나 늦었습니다. 이때부터 알사드가 조금 더 흐름을 잡아나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전북이 쥐고 있었습니다. 전북 선수들은 왠지 뭐랄까, 조금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급해 보였달까요. 이런 분위기에서 전반전은 끝났습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전북은 수비형 미드필더 정훈을 빼고 공격수 김동찬을 투입했습니다. 전북이 경기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이나 필요하지는 않다는 계산에서였지요. 그 유명한 최강희 감독과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였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에 먼저 골을 터뜨린 쪽은 결국 알사드였습니다. 벨하지의 한번의 빠른 역습이 중앙으로 연결되었고, 케이타가 한번의 볼터치로 좋은 찬스를 만들어 때려넣었습니다. 벨하지나 케이타나 왕년의 스타 선수고, 클래스 있는 골이었습니다만... 케이타가 4강전에서 패싸움에 연루되었지만 AFC의 비호로 징계를 받지도 않고 결승전에 그냥 출전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전북 선수들은 매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직 경기는 30분 가량 남아있었습니다만, 이미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이 때 전주 경기장을 꽉 채운 팬들이 선수들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힘을 내라! 전북!" 전북 선수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닥공에 나서고, 알사드는 그 유명한 침대축구로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쥐가 나서 쓰러지는데, 들것이 들어와도 나가지도 않고 버티던가, 자기들끼리 부딪치고 둘다 아프다고 뒹군다던가, 가슴을 밀쳐졌는데 갑자기 다리를 부여안고 쓰러진다던가, 자기가 혀깨물고 아프다고 뒹구는 놈도 있었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축구도 아니었습니다. 우즈벡 출신 주심도 짜증스럽게 반응하며 카드를 주었지만 그렇다고 그칠 놈들이 아니었습니다.

박문성 해설 말처럼 걔네들 문화인가 봅니다. 미개인들.


닥공에 나선 전북은 골대를 두세번 맞추었고, 전북의 좋은 찬스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헤딩슛이 골대를 때리자 그대로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하고, 알사드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내고 전북 공격수가 그 공을 그대로 슈팅을 때렸으나 빗나간 장면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알사드는 골대와 골키퍼의 선방으로 버텨나갔지요. 알사드의 골키퍼 누구더라, 모하메드 사크르? 나쁜 놈이긴 나쁜 놈이지만(수원과의 4강전) 실력은 좋더군요. 전북은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이동국까지 투입하며 공격수 5명(정성훈-에닝요-김동찬-이동국-이승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며 밀어붙였지만 경기는 뜻 같지 않았습니다. 이동국 선수에게도 두어번 찬스가 왔습니다만, 좋은 슈팅도 있었고 나쁜 슈팅도 있었고... 하지만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최강희 감독님의 말처럼, 축구가 영화나 만화라면 이동국이 골을 넣고 경기가 끝났어야 했겠지만, 축구는 현실일 뿐이었습니다.

아, 이 타이밍에서 잠깐 손승준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핵심 수비수 조성환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던 데 따라 대타로 나온 손승준이었습니다만, 걱정과는 달리 매우 좋은 수비를 보여 주었습니다. 더군다나 나중에 전북이 전원 공격에 나설 때 홀로 후방에 남아 안정적으로 지켜준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흔들렸다면 전북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앞으로 나가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경기는 후반 45분에 이르러, 그냥 이대로 지는 줄 알았습니다만 후반 46분에 전북은 드디어 동점골을 성공시키게 됩니다. 측면을 뚫은 박원재가 코너킥을 얻어냈고, 에닝요가 찬 코너킥을 교체투입된 이승현이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입니다. 전주성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지고, 그렇게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연장전에서도 계속해서 전북의 공세가 이어졌습니다만, 또다시 골대 불운과 결정적인 정성훈의 슛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는 등 양팀은 공방 끝에 드디어 승부차기에 돌입하게 됩니다. 결국 김동찬과 박원재가 실축하며 우승은 알사드에 내 주고 맙니다.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부끄러운 챔피언.

...
...

올해 한국축구는 유례없는 고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작년 월드컵만 해도 모든 방송사에서 월드컵 중계권 문제로 싸웠지만, 올 시즌에 들어서 K리그 중계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중계가 없어 각 구단에서 전술 분석용 카메라 한대를 가지고 자체중계에 나서야 했습니다. 팬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외국 방송사들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모든 언론은 K리그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들을 써 댔고, 5월에 들어서며 윤기원 선수의 죽음에 이은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8월에는 한일전에서 대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악운도 이런 악운이 없을만큼 올 한해 한국축구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AFC는 아시아 무대에서의 한국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썼습니다. 대내외적으로 너무 힘든 2011년이었습니다.

오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는 41805명의 관중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올 한해 K리그가 이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아시아 맹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서 전국에서 찾아오신 팬들입니다. 오늘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했더라면 최고의 축제가 되었을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K리그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팬들이 언제나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오늘도 K리그는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알사드 선수 중 유일하게 페어플레이를 한 이정수 선수.

분합니다. 실력으로 승부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 꼼수와 술수에 의해 챔피언이 결정되었다는 것이 말입니다. 누가 봐도 확실한 선과 악의 대립이었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이 항상 정의의 편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전북이 보여준 경기력은 평소 전북의 경기력에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두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필사적으로 뛰었고, 그거면 충분합니다. 전북이 실력이 모자라 패배한 것이 아니라, 알사드의 술수와 치졸한 플레이와 억세게 좋은 운 때문에 패배한 것입니다. 승리는 알사드가 가져갔지만 명예는 전북이 가져갔습니다. 진정한 아시아 No 1. 은 전북 현대 모터스입니다. 전북 선수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는 거 모두가 다 압니다. 자책 안 했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PS. 어제 경기에서 안타깝게 패배한 이후로 블로그에 경기 리뷰를 작성하면서, 그리고 오늘 내내 알사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세파한과의 8강 2차전, 수원과의 4강 1, 2차전, 전북과의 결승전 모두 지켜봤으니까 알사드의 아챔 마지막 4경기를 모두 지켜본 셈입니다. 골키퍼 모하메드 사크르도 선방 능력 있는 골키퍼 축에 들고, 돌파와 킥이 좋은 왼쪽 측면요원 벨하지, 수비의 신 이정수, 워낙 강력한 돈빨로 끌어모은 투톱 니앙과 케이타. 둘다 쓰레기지만 개인기량만은 굉장하죠. 포사티 감독도 나쁜 놈이지만 경력 있는 유명 감독입니다. 카타르 국대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국대, 올대 합쳐서 14명이라고 들었습니다. K리그에 국대 올대 합쳐 14명을 보유한 클럽이 있나요? 카타르 내에서는 분명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는 클럽일 것입니다.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선수는 보이지 않지만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내심 안타깝네요. 그 좋은 전력을 가지고 고작 그런 침대축구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말입니다. 왜 이 스쿼드로 더 좋은 축구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런 축구 같지도 않은 쓰레기 "퍼포먼스"로 일관하는지 말입니다.

Posted by ★푸른별★
이전버튼 1 이전버튼